2. 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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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물류 시장은 2018년 기준 약 9조9천억 달러 수준으로, 2024년까지 연평균 7.5%의 성장률을 기록하여 약 15조5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러한 양적 성장과 더불어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로 인한 다양한 질적 변화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기업 간 물류(B2B) 중심이었던 산업구조가 개인 대상 물류(B2C & C2C)의 비중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IT 기술에 근간한 세계화로 인해 국경 간 물류(Cross Border Trading)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또한, ‘On-demand’ 서비스의 확대와 같은 다양한 물류 서비스 경험을 통해 사용자의 새로운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니즈의 변화는 물류회사의 주기와 상관없이 적절한 비용으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곳에서 빠르게 화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유연한 물류 서비스에 대한 요구로 나타나고 있다. [1]
유연하고 효율적인 물류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의 니즈가 커지고 있으나, 현재 대부분의 물류 사업자들은 이러한 니즈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근거리, 실시간, 맞춤형 물류 등 자신의 목적달성에 필요한 다양한 물류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각지에서 모이는 화물을 배송중심지(Hub)에 모은 뒤 이를 지역별로(Spoke) 재정리하여 화물을 배달하는 현재의 Hub and Spoke 방식으로는 시장이 요구하는 유연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이러한 경직된 물류 서비스는 환경에 따라 다른 문제점을 야기한다. 교외 지역 물류 사업자는 배송할 화물이 적어 고정 비용과 관계없이 배송 지점에 한두 개의 물건만을 배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반대로 배송 지점이 밀집된 도시의 경우 과다한 교통량으로 인해 운송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2]
선진국에서는 전자상거래의 성장으로 다양한 종류의 화물을 여러 가지 형태로 운송할 수 있는 유연한 물류 서비스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물류 사업자가 이러한 유연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비용 상승이 필수적이다.
한국의 물류 산업을 예로 보면, 전자상거래와 물류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 양적 성장은 이루었지만, 질적 성장은 정체되어 있는 실정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의 2010~2016년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택배 시장 평균 단가는 6년간 단 7% 정도만 절감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 니즈에 맞는 유연한 물류 서비스를 운영할 경우 비용은 오히려 더 상승하여 물류 서비스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역시 전자상거래의 증가로 인해 물류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사용자들은 유연한 배송방식에 대한 필요를 느끼는 동시에 배송비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러한 상반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아마존과 같은 거대 사업자의 경우 첨단 기술의 도입 및 유통과 물류의 통합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물류업체들은 유연한 배송서비스를 위해서는 비용이 필연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신흥시장의 경우 물류 인프라가 부족하며 이마저도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물류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인도는 경제가 급성장함에 따라 운송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힘입어 물류 창고와 포워딩 업체, 컨테이너 등 물류 관련 산업이 동반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의 물류 산업은 부족한 인프라와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인해 물류 네트워크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이러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물류 네트워크망은 개별 운송 사업자들로 분리되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물류 인프라가 부족하며 이를 조율할 정보통신기술의 부재로 인해 협업을 통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동남아시아도 미흡한 인프라와 광대한 국토로 인해 대도시와 오지나 섬에 있는 작은 마을을 연결하는 것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예를 들어 완전한 포장도로를 갖추고 있는 싱가포르와 달리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도로의 10%만 포장되어 있어 차량 기반의 기존의 물류 서비스가 접근하기 힘든 상황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17,000개가 넘는 섬들로 이루어져 있어 이를 연결하는 물류 연결망 구축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동남아시아 9개국의 47개의 항구 중 싱가포르와 태국, 말레이시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항구가 화물 취급 기능이 현저히 낮아 물류 네트워크 구축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4]
이러한 신흥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물류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자전거 배송과 같은 대안 운송수단을 포함하는 확장된 물류 네트워크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런 확장된 물류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하는 물류 프로토콜이 부재하다.
현재 국경 간 물류의 경우 국제 배송 물류 업체와 현지 물류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FedEx와 DHL과 같은 국경 간 물류 사업자들은 전 세계 소규모 사업자 및 우체국과의 제휴를 통해 국제 운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협업 역시 신뢰할 수 있는 프로토콜의 부재로 인해 데이터의 교환이 어려워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 회사는 독립적인 라벨 시스템을 바탕으로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각자의 화물 데이터는 일부분만 공유하고 있다. 또한, 거래 기록이 투명하지 않아 이를 보증하기 위한 복잡한 절차들이 수반되며 이러한 비효율이 결국 비용의 상승으로 돌아오고 있다.
자국 내 물류의 경우에는 각 참여자가 자체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퍼스트 마일(First-mile)에서 라스트 마일 (Last-mile)로 이어지는 모든 구간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다 보니 이러한 최소한의 협업조차 이루어지기 어렵다. 역설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위해 이렇게 투자한 것은 전체 물류 산업 전체에 비효율적 중복투자가 되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 이론적으론 협업을 통해 구간별 물동량을 합치는 방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참여자들에게 서로 도움이 되는 것이 가능하다. 현실적으로는 화물 상태에 대한 데이터 위변조 가능성과 각자 다른 데이터 규격, 폐쇄적인 물류 구조로 인한 낮은 상호 신뢰 때문에 한 사업자들 간의 협력이 어려운 실정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협업의 부재로 인해 물류 서비스는 화물의 운송과 보관에만 한정된다. 이로써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 물류 서비스 사용자들의 니즈가 다변화하면서 화물의 보관/운반 이외에도 목적달성을 위한 결제, 포장, 상품 확인, 수리 등과 같은 다양한 연계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의 제공을 위해서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와의 유연한 협업이 필수적이지만, 현재의 구조에서는 협업이 어렵기에 이를 제공하는 것이 힘든 상황이다.